프란치스코 교황, 평온한 마지막 순간과 “광장에 다시 선 기쁨” 담긴 작별인사
Salvatore Cernuzio
“광장에서 다시 사람들과 만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말 중에는 병환 중은 물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쉬지 않고 자신을 보살펴온 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교황에게 탈장 수술을 권유해 교황의 생명을 구한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는 이후 2022년 교황의 개인 건강 관리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38일간 입원하는 동안 그리고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회복하는 기간 내내 밤낮으로 교황 곁을 지킨 스트라페티 보좌관은 2025년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 때도 교황과 함께했다. 이날 교황은 예상치 못한 마지막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자들과의 만남
주님 부활 대축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교황 강복을 전한 후, 3만5000명에서 5만 명에 이르는 신자들로 가득 찬 성 베드로 광장에 교황 전용차를 타고 깜짝 등장했다. 잠시 망설임도 있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교황이 스트라페티 보좌관에게 물었다. 스트라페티 보좌관은 교황을 따뜻하게 안심시켰다. 그렇게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이뤄졌다. 제멜리 종합병원 퇴원 후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 그의 마지막 공식 행보가 됐다.
지친 모습 속에서도 가슴 깊은 기쁨을 머금은 채, 교황은 스트라페티 보좌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광장에서 다시 사람들과 만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말은 직접적인 인간적 만남을 자신의 교황직의 핵심으로 삼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에게 다시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었다.
마지막 시간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오후 고요히 휴식을 취하고 평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음 날 새벽 5시30분경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교황을 간병하던 이들이 숨가쁘게 대응했다. 약 1시간 후, 산타 마르타의 집 2층 침실에서 스트라페티 보좌관에게 손을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건넨 교황은 고요히 잠자듯 평화로이 떠났다. 고통은 없었고, 모든 일이 숨결처럼 조용히 진행됐다고 교황 임종 순간을 지켜본 이들이 전했다.
고요했으나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항상 절제를 보이며 참아냈던 교황답게 긴 기다림이나 소란 없이 떠났다. 주님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 ‘로마와 온 세상에’ 교황 강복을 전하고, 오랜만에 신자들과 가슴 벅찬 만남을 이룬 바로 다음 날, 그는 장렬히 그러나 고요히 우리 곁을 떠났다. 2013년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그 첫 순간부터 우리와 “함께”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던 그 마지막 길을, 그는 신자들과 끝까지 함께 걸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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